▼ 문제의 원흉(추정)
"한글화"란 표현에 대한 내 생각은 좀 오래 된 이 글과 최근에 엮은 이 글에 정리해 두었는데, 간단히 말하면 "한글"하고 "한국어"좀 가려서 쓰자는 얘기다. 하기야 블리자드 코리아에서도 이따위 표현은 그리 안중에 없는 듯하다.
사실 내 기준으로 보면 "한글화"라는 표현 자체에 문제의식이 없다면 번역 논쟁에서 아무리 정교한 논리를 펼친다 하더라도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한글화"의 "한글"이 타 언어권 판에서 해당 "언어"와 대등한 범주를 지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늘 하는 농담이지만 "한글판"이 정 마땅하다고 생각하면 "일어판"이 아니라 "가나판"이고 "중국어판"이 아니라 "한자판"이며 "영어판"이 아니라 "알파벳판"이고 "러시아어판"이 아니라 "키릴판"이며 ... 그만 하자.
아무튼 좀 신기했던 것은 논쟁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어쩌면 모두)이 거리낌없이 "한글판" "한글화"라고 쓰고 있더라는 것이다. "한글판"과 "영어판" 까지는 그래도 이해하겠는데 "한글"과 "영어"를 동일선상에서 지시하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번역 자체에 대한 얘기는 사실 그리 할 말이 없다. 내 생각은 스타2 번역에 대한 잡상에서 글쓰신 분의 관점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논쟁에서 내가 관찰한 바는, "완역이냐 의역이냐" 수준보다는 상당히 발전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번역은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부 "의역"이며,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그 의역의 "성격"이나 "깊이" 따위와 관계가 있다. (사실 "의역"에 맞서는 말은 윗글의 "완역"보다는 "직역"이 적절하다)
번역어의 일관성을 어느 수준(구/절-낱말-형태소)에서 유지하느냐는 단순히 1:1 치환단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사실 적절한 대체어를 찾다보면 원어와 해당 한국어의 형태소 단위가 다를 수 있다.
의역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은 이런 얘기다. 군부대의 계급을 예로 들면 한국어는 최하 이병부터 시작해 일병 상병 병장 하사 중사 상사 ... 이렇게 가고 위관급에 준소중대위 영관급에 소중대령 장성급에 준소중대장 이렇게 나름대로 단계를 구분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런 이해가 가능한 이유는 병 계급의 이(등)-일(등)-상(등)과 "+병" 이 각각의 형태소로 결합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도 마찬가지. 그러나 영어로 표현되는 군계급은 전부 개별 낱말이다. 형태소 분석이 되는 낱말이라도 어원과 현대적 의미의 계급-상하관계를 유추할 수 없다.
이런 경우 번역어는 당연히 최소 낱말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낱말의 선택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낱말 자체의 의미보다도, 낱말을 포괄하는 "범주"가 어떤 어휘 목록을 갖고 있느냐이다. 당연히 예시로 든 경우의 낱말 범주는 "군대 계급"이라는 카테고리다.
한편 의역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이런 얘기다. 유닛의 장비 중에 ballistic Rifle 따위가 있다 치자.
(일단 이 예시가 그럴 리는 없지만) 현대전에 사용되는 화기를 모티프로 했고 실제 명칭이 같다면, 그 유사성에 근거해서 해당 실전용 화기의 기존 번역어(아마도 무슨무슨 소총)를 참고-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해당 장비가 특수한 세계관에 의존한 새로운 개념을 반영한 명칭이라면, 바로 여기서 "성격"을 고민해야 된다. 세계관의 특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장비의 이름을 그저 "음역"하는 수준에서 끝낼 것인지 (발리스틱 라이플), 아니면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해당 언어권의 사용자와 비슷한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 뜻이 통하는 현지언어를 도입할 것인지 (라이플은 일단 소총으로 통일할가? → 발리스틱은 "탄도"라고 해야 하나 "날아가는" 이라고 해야 하나 "격노한" 이라고 해야하나?) 결정하는 것, 그리고 이 현지언어 도입을 "어느 수준까지 예외 없이" 처리할 것인지가 의역의 성격에 해당한다. (다른 화기류 명칭의 형용사도 현지어로 번역할 것인지?)
그냥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대충 옮기려니 깔끔하게 잘 못 쓴듯 한데, 아무튼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이 형태소 관계"만" 주목해서 "일관성"이랍시고 기계적으로 추구하면 아주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직역투"가 된다.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서 거의 항상 "일관성"을 희생하는 쪽으로 번역하게 되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 번역에 얽힌 논쟁은 주로 "일관성"에 대한 공격과 의역 "성격"에 대한 가치 충돌이며, 지금 알려진 대로 "기존 팬들의 관점에서"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한국어화, 라고 평가되는 번역 특성은 스타크래프트2의 마케팅 전략이 좀 더 포괄적인 대중성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판단에는 별 근거가 없다. ㅇ<-ㄷ
--------
디비잘 시간에 쓰다보니 정리가 영 안된다.
여담이지만 한국어와 영어 어휘가 의미를 부여받는 언어환경적 차이 때문에 번역상 난항을 겪을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앞서 제시한 군 계급만 해도, "상병"이나 "대령", "하사" 따위는 어느 문맥에서든 대체로 "군 계급"이라는 의미범주를 명시적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영어 captain, general, sergent 는 군 계급이 아닐 때도 있으며, 영 상관 없는 경우도 있고, 군종에 따라서 지위가 다를 수도 있다. 즉 의미범주가 그때그때 다르다.
이런 현상이 있는 이유는 물론 - 예시한 낱말들은 - 서양 군 계급체계는 명칭을 유지해왔고 한국군은 현대화하면서 도입된 것이라는 역사적인 이유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개별적인 설명 말고 언어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렇다. 영어는 낱말 하나에 대해서는 크게 구체성을 요구하지 않고 전후 보강되는 수식어나 어구 등의 조합에 의존해 의미를 명시하는 경향 때문이다.
반면 한국어는 주로 외국어를 번역할 때, 주로 두 글자 이상으로 된 한자어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자는 낱자 하나하나가 이미 낱말이기 때문에 두 글자 이상으로 된 한자어는 실제로는 어구에 해당한다. 두 글자 이상으로 된 한자어 번역어가 영어에 비해서 의미의 구체성이나 의미범주를 독자적으로 갖기 쉬운 까닭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게임밸리... 캐 뒷북이로구나...

"한글화"란 표현에 대한 내 생각은 좀 오래 된 이 글과 최근에 엮은 이 글에 정리해 두었는데, 간단히 말하면 "한글"하고 "한국어"좀 가려서 쓰자는 얘기다. 하기야 블리자드 코리아에서도 이따위 표현은 그리 안중에 없는 듯하다.
사실 내 기준으로 보면 "한글화"라는 표현 자체에 문제의식이 없다면 번역 논쟁에서 아무리 정교한 논리를 펼친다 하더라도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한글화"의 "한글"이 타 언어권 판에서 해당 "언어"와 대등한 범주를 지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늘 하는 농담이지만 "한글판"이 정 마땅하다고 생각하면 "일어판"이 아니라 "가나판"이고 "중국어판"이 아니라 "한자판"이며 "영어판"이 아니라 "알파벳판"이고 "러시아어판"이 아니라 "키릴판"이며 ... 그만 하자.
아무튼 좀 신기했던 것은 논쟁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어쩌면 모두)이 거리낌없이 "한글판" "한글화"라고 쓰고 있더라는 것이다. "한글판"과 "영어판" 까지는 그래도 이해하겠는데 "한글"과 "영어"를 동일선상에서 지시하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번역 자체에 대한 얘기는 사실 그리 할 말이 없다. 내 생각은 스타2 번역에 대한 잡상에서 글쓰신 분의 관점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논쟁에서 내가 관찰한 바는, "완역이냐 의역이냐" 수준보다는 상당히 발전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번역은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부 "의역"이며,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그 의역의 "성격"이나 "깊이" 따위와 관계가 있다. (사실 "의역"에 맞서는 말은 윗글의 "완역"보다는 "직역"이 적절하다)
번역어의 일관성을 어느 수준(구/절-낱말-형태소)에서 유지하느냐는 단순히 1:1 치환단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사실 적절한 대체어를 찾다보면 원어와 해당 한국어의 형태소 단위가 다를 수 있다.
의역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은 이런 얘기다. 군부대의 계급을 예로 들면 한국어는 최하 이병부터 시작해 일병 상병 병장 하사 중사 상사 ... 이렇게 가고 위관급에 준소중대위 영관급에 소중대령 장성급에 준소중대장 이렇게 나름대로 단계를 구분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런 이해가 가능한 이유는 병 계급의 이(등)-일(등)-상(등)과 "+병" 이 각각의 형태소로 결합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도 마찬가지. 그러나 영어로 표현되는 군계급은 전부 개별 낱말이다. 형태소 분석이 되는 낱말이라도 어원과 현대적 의미의 계급-상하관계를 유추할 수 없다.
이런 경우 번역어는 당연히 최소 낱말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낱말의 선택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낱말 자체의 의미보다도, 낱말을 포괄하는 "범주"가 어떤 어휘 목록을 갖고 있느냐이다. 당연히 예시로 든 경우의 낱말 범주는 "군대 계급"이라는 카테고리다.
한편 의역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이런 얘기다. 유닛의 장비 중에 ballistic Rifle 따위가 있다 치자.
(일단 이 예시가 그럴 리는 없지만) 현대전에 사용되는 화기를 모티프로 했고 실제 명칭이 같다면, 그 유사성에 근거해서 해당 실전용 화기의 기존 번역어(아마도 무슨무슨 소총)를 참고-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해당 장비가 특수한 세계관에 의존한 새로운 개념을 반영한 명칭이라면, 바로 여기서 "성격"을 고민해야 된다. 세계관의 특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장비의 이름을 그저 "음역"하는 수준에서 끝낼 것인지 (발리스틱 라이플), 아니면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해당 언어권의 사용자와 비슷한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 뜻이 통하는 현지언어를 도입할 것인지 (라이플은 일단 소총으로 통일할가? → 발리스틱은 "탄도"라고 해야 하나 "날아가는" 이라고 해야 하나 "격노한" 이라고 해야하나?) 결정하는 것, 그리고 이 현지언어 도입을 "어느 수준까지 예외 없이" 처리할 것인지가 의역의 성격에 해당한다. (다른 화기류 명칭의 형용사도 현지어로 번역할 것인지?)
그냥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대충 옮기려니 깔끔하게 잘 못 쓴듯 한데, 아무튼 외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이 형태소 관계"만" 주목해서 "일관성"이랍시고 기계적으로 추구하면 아주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즉 "직역투"가 된다.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서 거의 항상 "일관성"을 희생하는 쪽으로 번역하게 되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 번역에 얽힌 논쟁은 주로 "일관성"에 대한 공격과 의역 "성격"에 대한 가치 충돌이며, 지금 알려진 대로 "기존 팬들의 관점에서"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한국어화, 라고 평가되는 번역 특성은 스타크래프트2의 마케팅 전략이 좀 더 포괄적인 대중성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판단에는 별 근거가 없다. ㅇ<-ㄷ
--------
디비잘 시간에 쓰다보니 정리가 영 안된다.
여담이지만 한국어와 영어 어휘가 의미를 부여받는 언어환경적 차이 때문에 번역상 난항을 겪을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앞서 제시한 군 계급만 해도, "상병"이나 "대령", "하사" 따위는 어느 문맥에서든 대체로 "군 계급"이라는 의미범주를 명시적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영어 captain, general, sergent 는 군 계급이 아닐 때도 있으며, 영 상관 없는 경우도 있고, 군종에 따라서 지위가 다를 수도 있다. 즉 의미범주가 그때그때 다르다.
이런 현상이 있는 이유는 물론 - 예시한 낱말들은 - 서양 군 계급체계는 명칭을 유지해왔고 한국군은 현대화하면서 도입된 것이라는 역사적인 이유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개별적인 설명 말고 언어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렇다. 영어는 낱말 하나에 대해서는 크게 구체성을 요구하지 않고 전후 보강되는 수식어나 어구 등의 조합에 의존해 의미를 명시하는 경향 때문이다.
반면 한국어는 주로 외국어를 번역할 때, 주로 두 글자 이상으로 된 한자어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자는 낱자 하나하나가 이미 낱말이기 때문에 두 글자 이상으로 된 한자어는 실제로는 어구에 해당한다. 두 글자 이상으로 된 한자어 번역어가 영어에 비해서 의미의 구체성이나 의미범주를 독자적으로 갖기 쉬운 까닭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게임밸리... 캐 뒷북이로구나...




덧글
여기에서 영어를 공부하면서 무지막지하게 느끼는것중에 하나가, 영어와 중국어 사이에서의 놀랄만큼의 유사성이랄까요.
정확히 하자면 영어단어와 중국어단어가 더 정확한 표현일듯 하군요.
길어질거 같으니 트랙백으로 넘기겠습니다;;
그분 SF영화 번역하는거 보면 열통터져 죽겠어요.
스타트렉은 매니아들이 다 뒤집어질 번역을 해놓고...
<한글>과 <한국어>를 구별못하는 건 정말 너무나 일반적인 현상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과정에 넣어서 구별하게끔 가르쳐야 좀 바뀔려나요?
번역어의 의미범주문제하니까 저번에 미수다에서 미국출신 아무개가
<내가 학교다닐 때 동아리 <대통령>을 했다>라고 말한게 기억에 남네요.
대통령이란 단어가 president의 번역어로 탄생한 말이고, 한국말 배울 때
president=대통령이라고 나왔을 테니까 그 단어를 그 문맥에서 썼겠지만, 아무튼
한자어는 낱말의 뜻을 굉장히 잘게 쪼개는 반면에, 영어단어는 의미확장을 통해서
하나의 낱말을 여러 뜻으로 골고루 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밥을 먹다
욕을 먹다
애를 먹다
마음을 먹다
...........
이런 풍부한 쓰임새를 가진 토박이말 형태소가 명사에 많이 있으면 좋을텐데요.
사실 사람들이 토박이말 형태소는 직관적으로 분리해 내지 못하는데,
한자어 형태소는 잘 분리하고 설사 한자를 몰라도 한자어 형태소는 잘 써먹고 있는걸 보면, 왜 한자어를 받아들인 나라들은 하나같이 토박이말이 한자어에 눌려 있는지 알 거 같습니다.
사실 한국어에서 동사나 형용사의 어미 활용이 언어의 개성을 살리는 강력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공문서나 격식을 차리는 글자리에는 장중한 느낌을 준답시고 획일적인 글투에 개조식을 선호하니, 이건 대놓고 한국말 배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