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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한국어 화자의 품사인지감각

본 글은 2%의 사실과 98%의 헛소리로 씌어 있습니다.
길고 긴 뻘글입니다. 낚이지 마세요. 앞뒤 정리하다 귀찮아서 포기. 아 써놓고보니 품사랑 문장성분을 뒤섞어 썼네... ㅇ<-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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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모국어로하며 제도권 교육의 과정을 따라온 화자들은 대체로 그 언어환경과 근대 한국어의 역사 배경에 의해, 반드시 대량의 한자어휘를 습득하게 된다. 이에 흔히 중고등교육 국어교과서의 관용 표현에 근거하여 실제 사용하는 어휘의 70%에 달하는 비중을 한자어로 취한다고 본다. 이것은 실제 문자표현능력이 어찌되었든 간에 한자어휘를 통한 모국어 구사능력은 음소간 변별성과 행간해석능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일단의 증명이 성립한다.
한편 동일 대상의 영어 교육에 대한 주된 시사점은 묘하게도, 장구한 교육기간에 비하여 습득한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통설이다. 대체로 이러한 평가는 복문과 중문의 해독능력, 작문상의 어휘동원능력, 청해와 구술의 연계과정에서 발휘되는 인지능력에 대하여 이루어진다. 보통 교육전문가집단의 유효한 지적은 주로 교수방법론 측면에서였다. 즉 어떤 언어의 습득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의 순서를 어떤 단계로 구성 및 발전시키느냐하는 면에 집중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국가규모의 특정 외국어교육 실패의 경향을 단지 한가지 측면 ; 인지-습득모델 분야에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퍽 안이한 주관이 아니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구조언어학의 관점에서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은 일단 어족이 다르고 문법 특성과 어순이 다르며 어떤 유사성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별화된 어휘체계를 갖고 있다. 실제로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가 영어를 습득하고자할 때의 어려움이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가 한국어를 습득하고자할 때의 어려움과 본질상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다.
잠깐 중앙일보 2006년 8월 기사인 미국인들 배우기 가장 어려운 언어는 한국·중국·일본·아랍어를 보자.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현대언어체계의 불규칙성이 현저한 한국어를 외국어로서 습득하고자하는 입장도 역시 불리한 환경이라고 보아야 한다. 기사내용은 물론 순전히 미국인 입장의 외국어 한국어를 평가한 것이다. 그 등급부여 자체에 뚜렷한 언급도 정갈한 설명도 나타나지 않는 진술에 불과하므로 객관적인 습득 난이도의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목표에 대한 의문은 일단 덮어두더라도, 한국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십수년간 영어를 가르쳐온 것처럼 미국의 중고등학생들이 십수년간 한국어를 습득해야 할 상황을 가정하자. 전 국토를 포괄하는 수의 유능한 한국어교사를 당장 동원할 환경도 재정도 충분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마땅히 인쇄물에 의존한 문법과 독해와 단순암기식 교육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한국보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짧아지거나, 사교육시장이 활성화되리라는 기대는 본 의제에서 불필요하니 집어치우고.) 결과를 보자면 전체 비중의 극히 일부를 차지할, 열성 충만한 또는 신성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는 유능한 학생만이 거의 완벽하게 한국어 구사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개개의 모국어를 갖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어 습득 난이도와 영어 습득 난이도에 대한 쟁점은 불분명하니 접어버리자. 그보다 나는 영어를 외국어로 습득해야할 입장에 있으며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의 평범한 환경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다. 첫 단락에서 지적한대로 이들은 반드시 대량의 한자어휘를 포괄하는 한국어 어휘체계를 체화하였다. 흔히 사용하는 어휘체계 안에 한자어휘가 많다고 하여 그 화자가 한자어휘를 익숙하게 사용한다고는 주장할 수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모국어 체계에 편입되었으나 본래 외래어인 체계를 일상속에서 구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어휘군의 밑바탕 특질이 왜곡되어 치우쳐(화자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변모됨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초기 외국어로서의 한자어휘군을 모국어체계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 본래의 언어 특성이 한국어 화자의 편의에 맞게 바뀌었으리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근대 일본어 번역국의 장구한 업적을 거칠게 훑은 다음 그것이 어떤식으로 조선말기부터 식민살이근대한국에 이르기까지 전달되었는지 꿰고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은 있어도 게으르기 짝이 없는데다가 연구를 위한 인력도 비용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 뻔하니까 저 주장은 그냥 날조이며 내 망상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해드리겠다.
다만 이를 바탕으로 전개할 수 있는 가설은 다음과 같다.
일본에서 근대화를 위해 추진한 주요 정책중에는 서양의 발달된 문물과 제도, 기술기반 지식을 직수입하는 것이었다. 이를위해 외국어(특히 영어) 문서를 번역하는 작업에 집중하여 법체계, 근대적 제도, 기술, 학문분야 관련 한자어휘가 생산돼, 폭증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생성된 한자어휘군은 당연히, 일본어의 밑바탕 특질이 반영된 어휘군이다. 이를 일본전래한자어라고 하자. 근대한국이 일본전래한자어를 전면 수용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근대 및 개발도상기 이래 전문용어를 비롯한 일상생활어휘군에 공통된 한자어가 엄청나게 많아진 것이다. 물론 이것이 현대 한국어의 70%에 달하는 한자어 전체를 형성한 것은 아니지만, 학문의 성취가 높을수록, 전문분야에 종사할수록, 사용하는 전문어휘군에서 일본전래한자어의 비중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지경으로) 증가한다.
맥락상의 필연성은 없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유명한 예를 들자. 일본문물 수용상 어휘수입의 무비판성은 수학체계의 유리수(有理數) 오류에서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사실 이것밖에 모른다.) 영어로 유리수는 rational number인데, 여기서 rational이 뭔 뜻인가. 보통 rational은 이성적인, 합리적인 등 이치(理治)에 맞는다는 형용사이다. 하지만 ratio는 수학에서 비(比) 또는 비율(比率)로 풀이한다. 즉 수학용어로서 풀이할 때 rational은 합리적인이 아니라 비율적인, 비율이 있는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번역을 하였다면 유리수가 아니라 유비수(有比數)가 되었어야 마땅할 텐데, 번역국이 좀 바빴는지 수학자의 자문을 구하지 못했는지 아무튼 이렇게 돼버리고 말았다.

한자어의 특성은 표의문자로서, 개별 낱자가 항상 한 가지 이상의 의미를 포함하는 단어로써 취급된다. 한문체에서 띄어쓰기가 발달하지 않았던 이유는 영어처럼 음소글자로 이루어진 단어가 눈으로 구분되지 않더라도 낱말의 경계를 파악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구 단위로 분리하면 독해에 유리함은 있지만 이건 다른 문제다.) 이런 특징 때문에 고립어인 중국어 체계에 무척 적절한 문자로 자리잡을 수 있었고 문화혁명 이전의 중국에서 범용 문자로 발달해왔다.
한편 한국어나 일본어와 같은 교착어 체계에서 한자어는 다른 성질을 갖는다. 개별 낱자는 주로 단독어휘로 쓰이기 보다는 접사화하여 어휘군의 확장에 기여하고, 한자어의 어구(語句)나 어절(語節)로서의 기능은 줄어들고 일상 표현속에서 명사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예를 들면 인간(人間)이란 표현을 보자. 여기서 간(間)이란 본래 행간(行間)과 행(行)의 관계처럼 "무엇이 속한 환경 또는 관계"를 가리키기 위해 덧붙은 것이다. 한편 "행간"이란 현재도 "행"자체를 명시하지 않지만 "인간"은 본래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바탕 의미로 거의 쓰이지 않고 "인"을 가리키는 대표어휘가 되었다. 그리고 접사화한 한자어를 찾자면 반(反)-, 불(不)-, 비(非)-, 초(超)- 등의 접두사와 -적(的), -상(上), -하(下), -화(化) 따위 접미사를 들 수 있다.
수입한 전문지식의 아리까리한 개념들은 번역작업에서 정교하게 구분지을 방법을 모색케 되는데, 모국어인 당시 일본어/한국어 체계 안에서 필요한 낱말이 부족한 것은 예견된 일이다. (어떤 외래 개념에 대한 어휘가 자국어에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같은맥락의 사상이나 지식을 누군가 객관적으로 발견/발명/고안/표현해 냈다는 의미이므로, 그렇다면 애초에 지식을 수입해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 동부에서 가장 발달된 문화와 그에 따른 어휘군을 일찌감치 생산/보급해온 중국 문자를 사용해 일본에서 그네들의 언어습관에 적절하게 조립해낸 것이다. 이것이 한국 근대화와 함께한 전문지식의 근간이며, 현재 전문용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어가 전면에 대두되기 이전에 사회학 및 자연과학 체계와 그 분과 영역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어휘체계가 일본식 한자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등교육과정의 영문독해의 악재로 "-되어지다"는 이중피동표현, "-에도 불구하고"는 "In spite of-"를 대놓고 번역한 투인데, 이미 "-적(的)인", "-화(化) 되다", "-에 있어서" 따위 "일본적" 어구를 완전히 받아들인 전력이 있는 한국어로서는 그리 신선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이의 시사점은 단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한 마당에 고도의 지식-어휘체계를 수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어휘체계와 함께 그 표현형식이나 관용구 형태까지 받아들임으로써 모국어의 원형으로부터 멀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 단락부터, 영어습득상의 문제와 함께 언급하겠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다시 한국어 화자의 영어 습득 문제로 돌아오자. 한국의 영어교육방향은 초중기 일본의 경향을 좇아 문법과 어휘 암기력에 중점을 둔 독해능력에 중심을 두고 있었으며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교재나 교수방식에 별다른 발전이 없었다. 좋고나쁨을 가리자는 게 아니라 이로써 파생하는 다른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
일단, 문법과 어휘에 중점을 두다 보니 개별 어휘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못하고 어휘가 작동하는 다양한 환경의 모든 의미들을 나열해 주입받다보니 과도한 부하가 발생한다. 즉 개별 낱말에 개별 모국어 의미가 부여되지 못하고, 상이한 낱말군에 개별 모국어 의미가 부여되거나 반대로 개별 낱말에 상이한 모국어 의미가 부여된다. 이것은 앞서 지적한 한자/한자어 수입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어 낱말들의 어구나 어절 속의 기능을 지나치게 생략하고 "임의로 조립가능한"대상처럼 취급함으로써 본래 언어와 멀어지는 과정을 겪기 때문이다. 결국 수만개의 낱말을 암기한다 하더라도 어떤 낱말의 앞뒤에 무엇이 붙어야 자연스러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좀 더 풀어 말하면 이렇다. 문법과 어휘중심의 독해교수법에 의한 문제는 역시 한자어휘군의 수입과 같은 것이다. 앞서 말하였듯이 일본에서 수입한 전문지식-어휘 체계를 기반으로 한자어는 한국어의 전문지식용어군에도 토착화하였다. 근대사회가 발달하면서 이것이 민간으로 전이하였고, 제도권 교육의 영향으로 일상용어의 대부분을 한자어휘가 차지한다. 이 한자어휘체계의 영향으로 언중들은 한국어만의 고유한 어구나 문법을 사용하는 대신, 단일명료한 개별 한자어를 끌어다 쓰기를 선호한다. 한자어는 토착화했으나 그 어휘가 놓이는 환경(문법구조)은 거의 발달하지 못한 탓에, 접사의 비중이 한자어에 쏠린다. 지적했듯이 한자어는 교착어 환경 안에서 어구, 어절 층위보다는 주로 체언계통의 낱말에 편향된 확장을 가져왔다. 마침내 이런 편향된 확장에 익숙한 화자들은, 전체 어휘체계 안에서 품사인지감각을 점차 상실하게 된다.

어순이 웬만치 자유로운 한국어 문법체계 안에서, 중국어나 영어와 같이 위치에 따른 문장성분의 변별성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어 화자는 명료한 의사소통을 기할 때, 더 예민하게 품사를 인식하고 교착어 특성을 정교하게 동원하여 문장성분을 변별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 자유로운 어순과 더불어 한자어의 일상화가 언중의 품사인지감각을 쇠퇴시키고, 한국어의 교착어 특성을 빛바래게 한 것이다.

간단한 사고실험. 어떤 제3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가 이를 배우려는 상황이다. 이 화자의 인식은 문장구조 안에서, 문장성분의 변별체계가 간단할수록, 변별요소의 수가 다양할수록 해당 언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하자. 영어와 한국어의 다른 조건을 모두 같다고 보고, 품사, 어휘, 어구, 어순만 실제와 같은 환경이라면 어느 쪽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인가? 모든 낱말의 어휘를 상세히 알지는 못한다고 할 때 장담하건대, 영어가 훨씬 유리하다. 어째서인지 설명해 보자. 영어는 어휘의 순서와 문장구조 안의 위치만을 갖고도 개별 어휘의 품사(문장성분)를 파악할 수 있다.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품사에 따른 형태의 변화를 숙지하고 있다면 물론 더욱 편리하겠지만, 이를 일부분 포기했거나 불규칙한 형변화 어휘일지라도 위치에 따라 문장성분을 대강 추리할 수 있단 말이다. 한국어도 문장성분을 위치에 따라 추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제로 그 위치에 대한 필연성이 없기 때문에 형태의 변이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영어의 품사별 변이형태를 일일이 익히는 것보다는 쉽다. 교착어 특성에 따라 품사를 면밀히 갈라주는 토씨나 어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토씨나 어미의 체계를 완전히 이해하기 전에, 어순이 정치(正置)될 필연성이 없는 한국어 문장을 보고 문장성분을 추리한다는 것은 외국인 입장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 국어의미론에서 체언의 문장성분을 판가름해주는 토씨는, 부여되기 이전에 이미 문장성분이 결정된 것으로 설명한다. 개별 어휘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영어와 다를 바 없다.)
"-틱(-tic)하다"란 표현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로맨틱하다"와 "유아틱하다"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전자는 "romantic"이라는 외국어 형용사를 "로맨틱"이라는 외래어로 빌어온 뒤 "-하다"라는 형용사형 어미를 붙인 것이다. 후자는 "유아(幼兒)"라는 대상의 특성을 형용사화하기 위해 영어의 형용사 굴절형태중 하나인 "-tic"을 빌어온 뒤 "-하다"라는 형용사형 어미를 붙인 것이다. 자 이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는가? 형용사형 어미 "-하다"는 형용사의 어간에 붙어야 할 것이지 형용사에 덧붙는 것이 아니다.(형태를 중첩하여 덧붙는 것은 어미가 아니라 토씨의 특성)
"-tic"은 명사의 어간에 붙어 형용사를 만드는 것이다. "로맨틱"이나 "유아틱"의 의미는 이미 형용사인데도, 형태를 형용사꼴로 만들기 위해 형용사형어미를 덧붙였다. 한국어의 특성상 형용사도 문장 끝에서 서술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서술어꼴을 만들기 위해서 또는 체언 꾸밈꼴인 "-틱한-"으로 쓰기 위해 덧붙은 것이다. 이 낱말의 밑바탕 의미가 모국어에 없었기 때문에 굳이 이런 꼴사나운 조어법을 동원했을까? 물론 "로맨틱하다"는 "이상적이다" 또는 "낭만적이다" 등 구구한 표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아틱하다"는 직관적으로 "어리다" 또는 "유치하다"에 다름이 없는 표현이니, 무척 졸렬한 낱말이라 볼 수 있다.

"-적(的)"을 붙여 명사화한 뒤, "-이다"를 붙여 용언형으로 만든 표현 또한 무척 많이 접하고 있을 것이다. 포괄적, 함축적, 인상적, 퇴폐적, 가식적, 도덕적, 진취적, 피상적, 충격적, 우월적, 종교적, 미시적, 염세적, ... 정말 끝도 없다. "-tic"+"-하다"와 마찬가지로 졸렬한 어휘군이 많지만 굳이 들지 않겠다.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픈 바는, 이 두 가지 표현이 현대 한국어의 무지막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후자) 이를 동원하지 않아도 좋은 표현마저 이 방식(표현형)에 뭍혀 사멸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서술어가 아닌 수식어로서 "-적(的)인-"의 남발은 일그러진 전문용어의 끝장을 보는 느낌이다.

이런 경향은 일제에서 수입한 전문용어부터 시작하여, 일상어에 이르기까지 한자어휘를 극도로 다양하게 체화한 대중들이 주체이다. 또한 일본 번역어투의 경향도 전문용어 기반의 일상화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뻗어내린 과정이다. 일본, 일본한자어휘 체계의 전성기는 한참 지났지만 이를 이제 세계지식생산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 미국, 미국영어에서 이어받고 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는 다시 예전 한자어 대량 유입으로 극히 약해진 모국어의 생산력을 영어 대량 유입시대에 내맡기고 있는 실정이며, 그 사고체계나 조어습관 또한 외래어로서의 영어에 맞게 이끌리고 있다.
이렇듯 한국어 화자들의 의식에서는 영어나 일본식 한자어를 대량의 개념군으로만 받아들임으로써, 본래 품사와 전체 구조상 의미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명사화하는 경향이 뿌리내렸다. 때문에 품사에 대한 감각은 더욱 무뎌져, "무엇화되다" 또는 "무엇되어지다"에 환장을 하고 "무엇에로의 무엇"에 자꾸 눈길을 주며 "무엇적인 무엇"에 혼을 팔고 "무슨틱한 것"에 간을 빼주고 있다. 품사의 칸막이를 송두리째 걷어치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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