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ie6wide



[언어] "우리말로 쉽게 쓰기"의 본(예시)

아래는 아마도 2003년~2004년 사이 어느날 내가 어떤 책 속지에 적어놓은 것이다.

무슨 책인지는 이따 얘기하겠다. 아무튼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니까 함 보자.
영어는 우리말에 비해 함축성이 크고 문장구조가 정교해서 의미전달이 분명하단다.
그래놓고 한자를 못 버리는 이유는 또, 의미를 세분해서 정밀한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엄청 멍청한 개수작같은 소리가 아닌가? 뒤집어 말하면 우리말도 영어처럼 같은 낱말이 여러 의미를 나타낼 수 있으니, 한자어를 써서 굳이 의미를 얕게 쪼개지 않으면 영어처럼 간결하고 함축되게 쓸 수 있단 얘기 아니냐 이 머저리같은 한자우월주의 광신도들아.

간단히 철학번역서의 예시.

"~의 이해"는 "~ 알기"로 쓸 수 있다.

"~를 위한"은 "~하(려)는"으로 쓸 수 있다.
*여기서 ~를 앞에 오는 한자어는 대부분 동사 어간으로 쓰는 낱말이거든.

"~적(的)으로"는 백에 아흔 아홉 경우 그냥 "~으로", "~에서"라고만 써도 말이 된다.
* "~으로", "~에서"가 어색한 경우 아예 명사구를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것이 차라리 낫다.

"~화(化)"앞에 형용사로 쓰는 한자가 올 경우 이걸 빼고 그냥 형용사 또는 부사로 써도 말이 된다.
예) 강화되도록 → "세지게". 굳이 강(强)을 쓰려면 "강해지게".


그리고 책 본문도 영 맘에 안 들어서 한단락을 고쳐 써 봤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번역 좀 해서 내놓는다는 책이 다 이모양일까? 이건 번역이라기보다 뻘짓거리의 끄트머리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사회구성의 이해를 위한 의사소통의 차원에서 권력은 단순히 부정태로 규정됨으로써 우발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구성분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고친글] 사회구성을 알려는 의사소통의 마당에서 권력은 홑으로 부정태로 굳게됨으로써 난데없어 보인다기보다는 의사소통의 알갱이로 헤아려야 한다.


번역을 한 사람들이야 바보가 아니니까 저렇게 쓸 수 있다는 걸 모를 것 같지는 않다. 뭐가 문제일까? 실은 그냥 원문에 한자어를 대응시켜 기계적인 번역을 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것이다. 근대 영어 교육은 일제강점기 직후와 미군정기 사이에 싹텄다고 난 믿고 있는데, 그 때 영어와 한국어 같이 할 줄 아는, 좀 공부좀 하는 놈들은 죄다 한자어를 기가막히게 써질렀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그 선생들이 남긴 가르침은 정석처럼 이어지겠지.



덧. 이건 좀 다른 얘기.

뭐 근거랄것까진 없지만 "유리수(有理數)"를 예로 들어 보자. 근데 유리수가 왜 유리수인지 아는 사람?
그 시기 일본놈들도 영어를 존나게 못했었는데 서양 수학이 들어와서 번역을 했단 말이다. 유리수의 원어는 rational number인데, 멍청한 것들이 개념적으로 이해를 못하고 직역해서 rational(이성적인, 합리적인) number(수)라고 오해한 게 시작이다.

여기서 rational은 "비율(比率)이 있는", "비(比)에 의한" 이라는 뜻이다. 즉 유리수가 아니라 유비수(有比數)라고 했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반대 개념인 irrational을 이해하기 쉽다. 무리수가 아니라 무비수(無比數)로서, "비율이 없는" 수가 된다. 그럼 "분수로 나타낼 수 없다"는 무리수의 성질은 그 이름에서 이미 얻을 수 있다.

외산 학문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 외국어를 한국말로 번역한답시고 밥을 빌어먹고 살려면 말이나 똑바로 쓰라는 것뿐. 특히 생활언어가 아닌 학문언어를 보면, 솔직히 번역가의 문장이 좀 똑똑한 자동번역기 수준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 의문이다.


덧. 아참 내가 써지른 본문을 원래 끄적거렸던 자리는 나남출판의 "하버마스의 사상:주요 주제와 쟁점들"이다. 알아먹기 존나 어렵다. 그러니까 3~4년전에 이미 한 번 투정부린거지.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imc84.egloos.com/tb/3479503 [도움말]

덧글

  • 임영 2007/11/11 15:08 # 삭제 답글

    일본식 한자어들 진짜 짜증나요..;;
    project method를 일본에서 구안법으로 바꾸어 놓고
    그걸 또 고대로 번역서에 집어넣는 센스에 탄성을 내지르게 되더군요-_-..
    죄송해요 요즘 정신팔린게 교육학 밖에 없어서-_-;;
    교육학에 일본식 한문 업어온게 너무 많아서 짜증이 짜증이 우우우우;;
  • imc84 2007/11/11 15:51 # 답글

    흐어어 교육학 뿐이겠어요. 일단 공교육제의 기본과목이랑 법률, 철학, 역사 쪽이 그렇고. 들여온지 꽤 된 영어는 문법론이 특히 그렇고.
  • 설탕 2007/11/11 17:10 # 답글

    몽몽 살아나라...며칠 안남았샤...
  • EDC-014 2007/11/11 22:47 # 답글

    역시 예시가 있으니 알기가 쉬운데 굳이 이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라서 죄송합니다.
    본문의 예처럼 섬연방 말을 포함해서 유럽어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거지로 풀이해 본다고 한 삽질이 전통이 된 것 같아서 위협적입니다.

    조금 시테오크한 예로 기스저라이(토먼트의 다콘과 네버윈터2의 쟈예브등)들이 자주 말하는 'nkow that~'을 '이해하게'가 아니라 '(~을)알도록 하게'로 바꾼 게 그 때보다 지금이 더 잘 알고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스스로는 아직 알다보다 이해하다를 더 많이 써대서 위협적입니다.
덧글 입력 영역

ttb2



Google Search

search button

a Pile of Banner

배너

믹시 기분좋은 블로깅 뱃지 스팸 퇴치! 한RSS에 추가 단추

missed-c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