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언어 24] 꽃과 담배

이 포스팅은 언어 또는 학술 밸리 신설을 위한 스물 네 번째 투쟁입니다. 관련 포스팅을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언어 밸리 투정투쟁하는 글은 오랜만이네요. 아니 그냥 포스팅 자체가 오랜만이긴 한데. 그냥 그렇다고요. 오랜만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흔한 한국어 표현을 갖고 시비를 걸어 보겠습니다. 굳이 다 아는 걸로 해 볼게요. 제목에서 눈치를 챈 사람도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자, 꽃은 니다. 그죠? 그럼 담배는요?

담배도 니까? 이거 뭐 아시겠지만 간단하죠. 담배는 못 핍니다. 안 피는 게 아니라요.

간단히 이렇게 써 보죠. 꽃이 피다. 그럼 담배가 피다는? 말이 안 되죠. 주어를 바꿔 볼까요. 잡초가 꽃을 피웠다. 골초가 담배를 피웠다. 이제 말이 되죠.

우리는 일상에서 다음과 같은 용례를 수도 없이 보게 됩니다.
"너 담배 피냐"
"안 펴. 넌"
"난 펴"
"우리 집은 다 안 피거든"
"난 엄마아빠는 안 피는데 오빠가 펴"
"우린 근데 가끔 삼촌이 와서 펴"

펴긴 뭘 펴요. 담배 피우다 걸렸더니 학생주임이 척추를 뒤로 접었다 펴나요? 나님꽃 엄마꽃 아빠꽃 오빠꽃 삼촌꽃이 핀답니다. 아름다운 가정이네요. 와오.

의미상 꽃이 피다의 피다와 담배를 피우다의 피우다는 같은 낱말이에요. 물론 아시겠지만. 꽃에는 피기와 피우기가 모두 되는데, 그 까닭은 꽃이 스스로 피어나는 것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생장하는 식물체의 일부분으로서 꽃이 피워지는 것으로 볼 것인가에 달려 있는 거죠.

근데 담배가 스스로 연기를 내며 자연발화한다든지 하나요. 그런 일은 본격 키아누 리브스의 금연영화 콘스탄틴에서도 안 벌어지죠. 그래서 누군가 불을 붙이고 계속 타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럼 연기 피어나죠.

피다는 자동사입니다. 주어가 진행하는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꽃은 식물입니다. 생명체로서 성장을 하죠. 꽃이 피는 것은 스스로 그렇게 움직인다는 얘깁니다.

피우다는 타동사입니다. 목적어가 당하는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담배는 그냥 물건입니다. 기호품이죠. 누군가 담배를 객체로 즐겨 주는 것입니다. 뭐 다 아시겠지만요. 그러니까 담배는 피는 것이 아니라 는 것입니다.

뭐 좀 재미 없어도 양해를. 세계 밸리.
이글루스 가든 - 우리말 올바로 쓰기

믹스업 넣는다는 걸 깜박했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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